잔잔한 물결 위를 미끄러지는 하루의 흔적
멈춘 듯 흐르는 풍경, 움직임 속에 담긴 여유

작품 속 오리배는 단순한 유희의 도구를 넘어 이곳의 시간을 나누는 존재처럼 보인다.
고요한 수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 뒤로 길게 이어지는 물결은 마치 시간이 지나온 흔적처럼 또렷하게 남는다.

줄지어 정박해 있는 오리배들은 또 다른 장면을 만든다.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은 정지된 듯하지만,
곧 다시 움직일 준비를 마친 풍경이다.
그 뒤편의 나무와 건물, 그리고 물에 비친 반영은 현실과 또 다른 층위를 만들어내며 시선을 붙든다.
멀리서 바라본 의림지는 더 넓고 느리다.
한 척의 배가 만들어내는 작은 파장이 호수 전체로 퍼져나가고, 그 위에 겹겹이 쌓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차분하게 펼쳐진다.

이곳의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여백’에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순간 속에서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오리배가 남긴 물결, 그 단순한 흔적 하나가 의림지의 시간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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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