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진조리 계곡, 낙엽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에 새겨진 가을의 깊은 서정

바위 위에도, 물가에도,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도 붉고 노란 낙엽이 내려앉았다.
한때 나뭇가지마다 매달려 햇살을 받던 잎들은 이제 계곡의 품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계절의 끝을 맞이하고 있다.
그 사이로 물이 흐른다.
바위에 부딪히고, 작은 턱을 넘어 떨어지며, 때로는 잠잠하게 고였다가 다시 아래로 흘러간다.
긴 노출로 담아낸 물줄기는 하얀 비단처럼 부드럽게 펼쳐지고, 주변의 낙엽들은 움직임을 멈춘 듯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흐르는 물과 머무는 낙엽.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두 풍경은 가을이라는 한 계절 안에서 조용히 만난다.
나는 이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계곡을 담고 싶었던 마음 한편에는 문득 지나온 세월에 대한 생각도 스며들었다.
우리의 삶도 저 물줄기와 닮아 있지 않을까.
붙잡고 싶어도 흘러가는 시간이 있고, 떠나보내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순간도 있다.
아무리 찬란했던 날들도 계절이 바뀌면 저마다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뭇잎이 떨어져 계곡을 물들이듯, 지나온 날들은 우리 마음속에 흔적을 남긴다.
계곡물은 낙엽을 밀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낙엽을 품은 채 흘러간다.
자연은 떠나는 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그저 흐를 것은 흐르게 하고, 머물 것은 머물게 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필요한지 모른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되 그 안에 갇히지 않고, 다가올 날을 두려워하되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이다.
평창 진조리 계곡에서 만난 가을은 화려한 단풍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떨어진 낙엽은 쓸쓸했지만 아름다웠고,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조용했지만 힘이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단순히 계곡의 풍경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떠나는 것들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내 마음을 함께 담았다.
가을은 그렇게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물은 여전히 흐르고, 계곡은 다음 계절을 향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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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