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시간 위에 내려앉은 분홍빛… 일상의 틈에서 만난 생명의 결

굽이진 나무의 형상은 오랜 시간을 견뎌온 흔적처럼 거칠지만, 그 위에 피어난 꽃은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생기 있다. 서로 다른 결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봄의 깊이를 말해준다.
사진 속 꽃은 단순한 개화의 순간을 넘어선다.
뒤로 흐릿하게 번진 배경과 선명하게 살아난 전경의 대비는,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지금 이 순간’을 또렷하게 끌어올린다.
가지 사이를 비집고 나온 꽃들은 마치 지난 계절의 무게를 밀어내듯,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봄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굴곡진 나무 줄기와 꽃의 조화는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의 층위를 그대로 드러낸다.
상처처럼 보이는 옹이와 갈라진 표면 위에서도 생명은 어김없이 피어난다.
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회복과 순환의 메시지로 읽힌다.

‘지속’에 가까운 봄이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이미지가 아니라, 묵묵히 이어져 온 시간 위에 쌓인 생명의 흔적이다.
카메라는 그 흐름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기록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봄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진작가 정은택의 시선은 결국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가지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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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