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승 BNE 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외교사의 복잡한 교차로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는 전혀 새로운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승리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축하하며 "진지하고의미 있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한 마디는 그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제재 속에서 몰린 푸틴에게 트럼프의 귀환은 반가운 호재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은 전쟁 지원으로 지출되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려는 그의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기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일부 영토 병합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와 푸틴의 '밀월관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축소를 통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한 대규모 군사 원조와는 반대로, 트럼프는 "미국 국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이 지원을 '돈 낭비'로 규정했다. 이는 푸틴이 원하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푸틴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접근법이 절호의 기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약화되면, 러시아는 더욱 유리한 협상 테이블로 전환할 수 있다.
트럼프의 대 러시아 정책은 단순히 푸틴과의 '케미스트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글로벌 외교의 판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왜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전쟁 비용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그의 단골 멘트는 동맹국들에게는 일종의 경고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 증가와 같은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트럼프-푸틴 밀월은 미국과 유럽, 특히 NATO 간의 불협화음을 증폭시킬 수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이어가길 원하지만, 트럼프 가이를 거부하면서 서방 연합의 균열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푸틴과 트럼프,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참으로 흥미롭다.
한 사람은 KGB 출신의 강권 정치가요, 또 다른 사람은 부동산 왕에서 시작해 세계 무대로 올라선 '아웃사이더'다. 그러나 이 둘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거대한 판을 흔드는 걸 즐긴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강력한 개성과 독단적인 결정을 통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단순히 동유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트럼프가 푸틴과 대화를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고, 일부 영토 병합을 사실상 용인한다면 이는 국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 NATO의역할, 동북아의 전략 균형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푸틴의 새로운 밀월 관계는 세계 외교 무대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이 판을 어떻게 더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정치적 계산이 어떻게 맞아 떨어질지, 그 결과가 세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앞으로의 국제 정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JD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영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