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수고 많았어요… 아빠! 편히 자요”

암 투병 중에도 자신보다 남편을 먼저 걱정했던 배우 김자옥의 마지막 메모가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2014년 11월 세상을 떠난 김자옥은 생을 마감하기 약 20일 전 남편 오승근에게 짧은 메모 한 장을 남겼다.
“사랑해요. 수고 많았어요. 아빠! 편히 자요.”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승근이 발견한 메모였다. 김자옥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몸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메모에는 자신의 고통이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느라 지친 남편에게 “수고 많았다”며 편히 쉬라는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은 1984년 결혼했다.
서로 한 차례 결혼을 경험한 뒤 다시 만난 인연이었다.
오승근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고, 김자옥은 그 아이를 친딸처럼 품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며 네 식구가 함께 살아갔다.
김자옥은 결혼생활에 대해 “30년을 같이 살면 늘 아기자기할 수는 없다”며 다른 부부들처럼 “지지고 볶고 참으며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 뒤에는 평범한 부부로 살아가기 위한 긴 시간이 있었다.
김자옥은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청순하고 여린 이미지의 배우로 사랑받았다.
1996년에는 ‘공주는 외로워’를 발표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영원한 공주’라는 별명과 함께 대중에게 밝고 사랑스러운 배우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긴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김자옥은 촬영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 ‘지붕 뚫고 하이킥’, ‘오작교 형제들’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꽃보다 누나’에서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특유의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암은 다시 진행됐다.
대장암이 재발한 뒤 여러 장기로 전이됐고, 결국 뇌까지 전이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김자옥은 마지막까지 연기를 놓지 않았다.
2014년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했고, 악극 ‘봄날은 간다’ 무대에도 올랐다.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뒤 김자옥은 남편에게 힘겹게 말했다.
“아빠… 나는 더 이상 이제 연기를 못할 것 같아.”
평생 사랑했던 연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메모가 있었다.
“사랑해요. 수고 많았어요. 아빠! 편히 자요.”
2014년 11월 16일 오전 7시 40분, 김자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였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오승근은 김자옥이 출연한 방송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전해졌다.
화면 속에서는 아내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방송이 끝나면 다시 아내가 없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오랫동안 간직한 것은 화려한 사진도, 방송 영상도 아니었다.
바로 아내가 남긴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오승근은 이 메모를 공개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화장대 구석에 넣어두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보고 싶어서 간직하지만, 보면 너무 아파 다시 감춰두게 되는 메모였다.
김자옥은 대중에게 ‘공주’로 기억됐다.
하지만 남편에게 김자옥은 화려한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었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남편을 걱정하고, 작은 종이 한 장에 “편히 자요”라고 적어놓던 아내였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보다 남편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
그래서 김자옥의 마지막 메모는 단순한 유품이 아니다.
3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건넨 사랑의 기록이다.
“사랑해요.”
“수고 많았어요.”
“아빠, 편히 자요.”
짧은 세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함께 살아온 세월과 고마움, 그리고 이별의 마음이 모두 담겨 있다.
김자옥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살아 있다.
.
<저작권자 ⓒ JD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