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글씨 속에 멈춰 선 기억…동네 비디오를 빌리던 간판 마지막 풍경

동네에서 비디오를 빌리던 작은 가게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좁은 공간 안에 빼곡히 꽂혀 있던 비디오 테이프들,
손때 묻은 케이스를 넘기며 무엇을 빌릴지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최신 영화는 이미 대여 중이었고,
남아 있는 테이프 중에서 그날의 영화를 선택해야 했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기다림이었고, 설렘이었다.
비디오를 빌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 안에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재생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영화를 살고 있었다.
이 간판은 말한다.
빠르지 않아도 좋았던 시간,
함께 기다리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다고.
그리고 그 기억은,
아직도 우리 안에서 되감기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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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