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정은택 의 시선] 세상이 흔들려도 제 빛을 잃지 않는 연꽃..

한여름, 고요히 피워낸 삶의 품격

▲ 당당한 모습에 반하다 /사진 정은택


뜨거운 여름날,
연꽃 한 송이가 말없이 피어났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피어야 할 때를 알고,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났을 뿐이다.
▲ 옆잎에 예쁜모습을 뽐내고 있는 연꽃에 아름다움 /사진 정은택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환경을 탓하고, 사람을 탓하고, 지나간 시간을 탓한다.

하지만 연꽃은 진흙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둡고 탁한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맑은 얼굴로 피어난다.

그래서 나는 연꽃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아름다움은 좋은 환경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품어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연잎은 말없이 꽃의 배경이 되어주고,
한 줄기 빛은 분홍빛 꽃잎 위에 조용히 머문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다.

그것이 연꽃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습도 이와 닮아 있는지 모른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지나온 시간이 조금 힘들었어도,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만의 꽃 한 송이를 피워내는 것.

꽃은 자신이 지나온 진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꽃이 피어났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연꽃 앞에 섰다.

나는 꽃을 찍었지만,
사진 속에서 다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있는가.

한여름의 연꽃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수많은 말보다 깊었다.

진흙을 탓하지 말 것.
때가 오면 묵묵히 피어날 것.
그리고 자신의 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그것이 오늘,
연꽃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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