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정은택 의 시선] 가을 가을 가을

떨어진 낙엽 위에 남겨진 가을의 흔적,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저머다 빛으로 남는다 /사진 정은택

가을이 깊어지면 나뭇잎은 하나둘 땅으로 내려온다.

한때 나무에 매달려 햇살을 받고 바람에 흔들리던 잎들이 이제는 흙 위에 조용히 누워 있다.

붉게 물든 잎 하나가 갈색 낙엽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지나간 계절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나는 그 작은 잎 앞에 시선을 멈췄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순간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제 역할을 다하고 내려앉은 잎에도 저마다의 시간이 있고,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선명했던 초록은 붉은빛으로 변했고, 싱그러웠던 생명은 이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끝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떨어진 낙엽은 다시 흙이 되고, 그 흙은 새로운 생명을 키워낸다. 떠나는 계절은 다음 계절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아 있다.

젊음이 지나고 세월의 흔적이 깊어져도 살아온 시간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 견뎌온 사람에게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깊이와 아름다움이 깃든다.

카메라를 낮추어 작은 낙엽 하나를 바라본다.

세상은 넓지만, 때로는 발끝에 놓인 작은 풍경 하나가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 내가 담은 것은 단순한 낙엽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이며, 저물어가는 계절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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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